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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의 1960년대』

우리는 일본의 컨텐츠를 많이 소비한다. 하루키의 책은 수백만부가 팔린다. 그런데 정작 하루키 소설의 주 배경이 되는 1960~70년대의 학생운동에 대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 그 시절에 대한 유튜브는 물론 제대로 된 도서 조차도 찾기가 힘들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만나게 된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나의 1960년대』는 관련 지식에 목말랐던 내게 달콤한 우물 같았다.

『나의 1960년대』는 일본 학생운동사 중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던 1968년 도쿄대 점거투쟁에 대한 야마모토 요시타카씨의 회고록이다. 야마모토 요시타카씨는 당시 투쟁을 주도했던 전공투(전학공투회의)의 회장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회고와 기록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

책은 1960년 안보투쟁에 대한 회고로부터 시작한다. 안보투쟁이란, 당시 미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미일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반대 투쟁이다. 미일상호방위조약이란, 문자 그대로 미국과 일본이 서로 위험할 때 서로를 지켜주자는 내용으로, 구체적으로는 일본 국내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그 주일 미군이 위험할 시에 일본의 자위대가 군사작전을 통해 협력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조약에 대해 일본 내부의 각계 각층의 반발이 있었는데, 이 조약의 체결 주체가 과거 전범출신인 기시 노부스케였다는 점, 또 이 조약의 체결 과정이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못했다는 점, 특히 전쟁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본이 미국의 영향 아래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안보투쟁은 일본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쟁 중 하나로 커지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조약은 시민들의 큰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 미일상호방위조약의 유효기간이 10년이었기 때문에, 투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10년 뒤에 다시 싸웁시다”를 외치며 헤어졌다. 따라서 1960년대의 투쟁은, 안보투쟁이라는 거국적 투쟁의 실패 이후의 투쟁인 동시에, 1970년의 미일 상호방위조약 재협상을 준비하는 투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1968년이 다가온다. 프랑스에서는 68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영화 블랙팬서의 모티프가 된 블랙팬더당이 전국구로 영향력을 넓혔다. 일본인들도 이런 전세계적 반전여론에 영향을 받아, 각종 반전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일미군기지에서 출발하는 제트기들이 직접적으로 베트남에서 살상을 하고 있었다는 점, 또 그 제트기에 들어가는 연료를 민간인 거주구역 근처의 철도를 통해 운반하다 연료가 폭발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점등 때문에 이런 운동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도쿄대에서는 조금은 다른 맥락에서 투쟁의 불씨가 붙었다. 도쿄대 의대에서는 개정된 인턴제도에 반대해 강당을 점거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개정된 인턴제도의 핵심은, 기존 1년이던 인턴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기존에는 대학병원에서만 근무 할 수 있었던 것을 시중 병원에서도 근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대생들은 이를 국가가 빠르고 쉽게 저임금의 의료인력을 확충하려는 의도라고 봤고, 이런 제도 개편 아래에서는 제대로 된 연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개편에 반대해 강당을 점거하고 농성을 했는데, 여기에 경찰 기동대가 투입되어 농성은 해산되었다. 그리고 경찰 기동대의 대학 투입에 대해 학생들의 반대 여론이 모아지고, 이는 전공투가 학교본부를 무기한 점검하고 투쟁을 할 수 있게 되는 밑바탕이 된다.

책은 이런 일본의 운동 세력과 그들이 행했던 운동의 내용들에 대해 상세하게 회고한다. 너무나 디테일한 내용들까지 회고하기 때문에 마치 그 모든 투쟁이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 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오히려 너무나 상세한 회고였기 때문에, 일본의 학생운동에 대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화되기 어려운 형태와 분량의 지식들이 대부분인 점도 사실이다.

특히 1960년대의 안보투쟁을 서술하는 장에서도, 안보투쟁에 대해 누가 어디서 누구와 투쟁했는지는 나와있어도, 정작 안보투쟁이 무엇을 반대했고 왜 반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또 전공투의 도쿄대 점거 투쟁에 대해서도, 어떤 계기로 어떤 경과로 어떤 건물을 누가 어떻게 점거했으며 거기에 누가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그리고 그 요구가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며, 또 어떻게 해산되게 되었고 그 경과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넘어가거나 생략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영화로 치면 마치 감독 코멘터리 판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이미 여러 번 본 사람 입장에서는 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을 찍을 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너무나도 재미있을 수 있지만, 영화를 처음 본 사람 입장에서는 정신 사납기만하고, 오히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의 후반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인, “일본의 국가주도 과학기술과 대학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더 정돈되고 핵심이 잘 간추러져 있어, 흥미로운 지식들을 많이 흡수 할 수 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작 내가 관심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정돈된 지식을 얻을 수 없었기에 아쉬운 책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지식이 쌓이게 되면 다시 찾아 읽어볼 만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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