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IT 지식, 이것만 알면 된다”는 식의 교양 서적은 참 많았다. 하지만 아주 많은 책들은, 읽고 나서도 내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컴퓨터는 CPU와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로 이루어져있고 CPU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한다는 식의 설명은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두뇌가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도대체 “CPU가 두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운영체제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서 돌아가도록 만들어준다는데, 영혼이 어떻게 육체를 움직이는지가 상상이 되지 않듯, 그러한 설명은 내게 아무런 지식도 주지 않았다. 그런 두꺼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IT 지식을 설명하는 책은 참 어렵구나”라는 인식만 남게 된다.
『IT 좀 아는 사람』 은 IT 교양서에 대한 오래된 선입견을 날려버리는 책이었다.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문장이 거의 없고,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가 모르던 지식을 새로 알게 되는 기쁨을 알려주었다. 인터넷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져있는지, ‘클라우드’라는 것이 무엇이고, 내 파일들이 그래서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것인지, ‘API’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등등… 결코 쉽지 않은 주제들을 “두뇌”나 “영혼” 과 같은 두리뭉술한 비유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단어나 예시들 만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낸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책이 쉽게 읽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쉬운 언어로 설명을 잘 했기 때문이 아니다. 또 거꾸로, 기존의 IT 교양서들이 쉽게 읽히지 않았던 것도 설명을 잘 못했기 때문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히는데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독자가 정말로 궁금해 할 만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졌느냐”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도대체 왜 내가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소유 할 수 없게 되었는지”와 같은 질문은, 한 번 100만원을 내고 평생동안 포토샵을 소유 할 수 있었던 시대를 겪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또 N번방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크웹이란 무엇이고 왜 거기서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며 그것을 왜 막지 못하는가”와 같은 궁금증을 늘 가지고 있었을 수 밖에 없다. 책은 IT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평소에 궁금해 했을만한 요소들을 세세히 긁어모아 우리의 궁금증을 자극한 다음, 시원한 효자손 처럼 그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IT 교양서들이 충분히 재미있지 않았던 이유는, IT 기술들이 우리의 생활과 충분히 맞닿아있지 않고, 그래서 IT 기술들에 관한 우리의 궁금증의 영역이 아주 한정 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2020년에 우리는 핸드폰에서 물건을 배달시키고, 돈을 보내고, 수면을 기록한다. 너무나 많은 일상에 IT 기술이 녹아들어있고, 그 만큼 자연스럽게 우리의 궁금증도 많아졌다. 그 어느 때보다 IT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는 이 때, 그리고 궁금해야 하는 이 때, 그 궁금증들을 시원하게 해소해주고, 더 수준 높은 궁금증으로 안내하는 책, 『IT 좀 아는 사람』 을 당신에게 추천한다.